8월 초
어느 적게 걷고 많이 먹는 날
이날은 삼각지 노포 중국집 명화원에서 만납니다.
워낙 이름난 집이어서 오픈런을 해야 편히 먹는다기에 일찍 갑니다.
삼각지 노포 화상(華商) 중국집인 명화원은 삼각지역 11번 출구에서 도보 1분 이내 거리입니다.
삼각지역 11번 출구로 나와 삼각지 파출소를 지나면 바로 우측에 있습니다.
4대를 이어온 집이라는데 노병이 알기로는 3대째고 아직 4대째 승계는 안 된 것 같습니다.
어떻든 간에 삼각지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노포 중 하나인데 탕수육과 군만두가 유명하다네요.
명화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고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영업시간이 짧은데 나이가 지긋한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운영하고 있어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요리가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무거운 웍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탕수육이나 짬뽕 맛집으로 이름이 나면 몇 해 더 버티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과거에 탕수육이나 짬뽕으로 이름났던 집들이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100% 맛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지요.
나이 드신 분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중국집들이 대체로 작은 규모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전 11시 오픈 시간에 1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나니 테이블 6개 (하나는 2인용) 정도 있는 가게는 바로 만석이 됩니다.
메뉴는 탕수육, 군만두, 물만두, 짜장면, 짬뽕 등 5가지뿐입니다.
거기에 비해 주류와 음료수는 상당히 다양한 편입니다.
이 집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반주를 하시던데 이 집 음식이 진짜로 술을 부릅니다 ㅎㅎㅎ
밑반찬은 단무지와 양파뿐입니다.
요즘은 자차이(짜사이)가 나오는 집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중국집에 자차이 나온 건 얼마 안 됐지요.
먼저 군만두와 물만두가 나왔습니다.
기름진 청요리에는 이과두주(二鍋頭酒 : 5,000원)가 반주로 좋습니다.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로 중국 백주의 일종인데 이과두주는 두 번 솥으로 걸렀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도수는 보통 56도로 상당히 높지만 도수에 비해 깔끔하고 숙취가 적은 편이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요.
당일 영업시간 전에 직접 빚은 것으로 보이는 수제 군만두(8,000원)는 듣던 대로 대단한 맛입니다.
고기와 부추가 제대로 들어간 군만두는 육즙도 적당하고 바삭하니 아주 맛있게 잘 튀겨 왔습니다.
최근에 먹었던 중국집 군만두로는 단연 발군의 맛입니다.
술맛 당깁니다 ㅎㅎㅎ
물만두(8,000원)도 군만두 못지않게 수준급입니다.
짜장면 안 하고 만두만 만드는 전문점 보다 잘하면 잘했지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물만두 맛집으로도 추천합니다.
삼각지 명화원의 탕수육 중짜리 (18,000원)입니다.
중짜리인데도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다른 집 대짜리 정도 되는 양처럼 많습니다.
튀김도 바삭하게 잘 되었고 소스도 크게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새콤하니 좋습니다.
이 집 탕수육을 서울 3대 탕수육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거나 참 잘 만든 상당한 수준급의 탕수육입니다.
이 집을 오래 다니신 분들은 예전에 비해 맛이 많이 떨어졌다고들 하던데
노병 생각으로는 이 정도로 만드는 탕수육 먹기가 그렇게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중국집만큼은 오랜 세월 같은 맛 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렁탕이나 곰탕 같은 한식은 비교적 덜한데 중국 요리는 다르지요.
입 맛은 한번 상위로 올라가면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 하여간에 명화원은 좋은 집입니다 ㅎㅎㅎ
명화원의 짜장면(6,000원)입니다.
살짝 간이 세게 느껴지는 옛날식 짜장면의 전형적인 맛입니다.
짜장면만큼은 이 집 다른 음식 같이 세련된 맛보다는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순수한 짜장 맛입니다.
우리 일행들은 맛있게 먹었는데 글쎄요 ~~~~
드디어 짬뽕(7,000원)까지 주문을 하면서 오래간만에 메뉴 올킬을 달성합니다 ㅎㅎㅎ
메뉴 올킬이란 식당 메뉴판에 쓰여 있는 모든 메뉴를 먹는 걸 가리키는 말인데
이 집은 메뉴에 나 온 음식 가짓수가 5개뿐이라 그리 했지만 사실은 조금씩 남겼습니다.
짬뽕도 가격에 비해서는 너무 잘 만드는 집입니다.
하여간 오래간만에 과식을 했네요.
12시 15분경 나왔는데 폭염이라 그런가 대기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게 앞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앞에 보이는 파출소가 삼각지 파출소이고
조금 지나 보이는 곳이 삼각지역 11번 출구입니다.
삼각지 노포 화상 중국집 명화원
음식 가짓수는 간단한 편이지만 상당한 수준급의 음식을 만드는 명불허전의 맛집입니다.
그런데다가 가격까지 저렴한 편이라 인기가 많은 것 같네요.
다만 가게 위치나 규모, 시설이나 서비스 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한 집은 맞습니다.
최근에 들렸던 안양 복무춘, 영등포구청 보련각과 규모나 시스템, 음식 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점들이 많았는데
시간 여유가 있고 옛 중국집의 정취와 맛을 느껴 보시려면 한번 찾아보실 만한 좋은 집으로 추천드립니다 ^^
삼 각 지 명 화 원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1가 14-28 ( 한강대로 202 )
0 2 - 7 9 2 - 2 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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