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적게 걷고 많이 먹는 날
이날은 지하철 1, 3, 5호선 종로3가역 9번 출구에서 만나 창덕궁(비원)으로 향합니다.
이 날의 계획은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종묘를 돌아보고 영춘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종로 3가 옛 피카디리 극장 옆에 있는 영춘옥은 문 연지 80년 정도 되는 노포로
꼬리곰탕이나 해장국으로 상당히 이름이 나 있는 전통의 집입니다.
우리에게는 비원(秘苑)으로 더욱 잘 알려진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에 경복궁의 이궁(離宮)으로 건립된 후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소실된 후 광해군 때부터 정궁(正宮)으로 사용된 곳입니다.
창덕궁(昌德宮)은 인위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고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건축하여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입니다.
비원은 창덕궁의 후원을 이르는 말로 이 곳을 보려면 별도로 사전 예약을 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노병이 중, 고교를 다닌 학교가 창덕궁, 특히 후원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어 학창 시절에 이 곳의
아름다움을 늘 볼 수 있었는데 참으로 오래간만에 창덕궁을 돌아봅니다.
창덕궁의 정문이 돈화문이고 창덕궁과 창경궁은 붙어 있어 서로 드나들 수 있습니다.
창경궁은 1418년 세종이 상왕인 태조를 모시고자 지은 수강궁이 그 전신이고
이후 1483년에 성종이 3명의 대비를 위해 궁궐을 다시 짓고 창경궁(昌慶宮)으로 불렀습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사실상 하나의 궁궐을 이루어 이 둘을 합쳐 동궐(東闕)이라 하였고
후원의 정원도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1909년 일제가 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으며 1911년에는 박물관을 짓고 창경원으로 격을 낮춰 불렀습니다.
그러다 1984년 일제가 철거했던 문정전과 월랑을 복원하고 정비하면서 다시 이름을 창경궁으로 환원했습니다.
정문인 홍화문을 비롯해서 조선 왕조의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명전전과 통명전, 양화당, 춘당지 등이 있으며
구름다리를 통하여 종묘를 드나들 수 있었으나 현재는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공사 중이어서 통행은 안됩니다.
노병이 어렸을 때는 창경원으로 동물원, 식물원도 보러 다녔고 야간 벚꽃놀이를 구경간 기억도 나는 곳이지요.
마지막으로 종묘(宗廟)를 들려 봅니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국가 최고의 사당입니다.
원래는 창덕궁, 창경궁과 서로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일제가 도로를 만들면서 끊기고
요즘 다시 복원 공사 중인데 10년째 공사 중이라니 언제나 개통되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종묘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종로 3가 영춘옥입니다.
종로3가역 2-1번 출구나 3번 출구에서 가깝습니다.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진 집인데 대략 80년 가까이 된 명가입니다.
명절 이외에는 휴일 없이 24시간 영업을 하는 집이지요.
가게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바닥 면적이 그다지 큰 집은 아닙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꾸준하게 손님들이 들어 오더군요.
가격은 조금 높은 편입니다.
꼬리찜에 곰탕으로 주문합니다.
모든 고기는 호주산이고 채소는 국산을 씁니다.
탕 전문점답게 상당한 맛의 김치와 깍두기가 나옵니다.
꼬리찜을 시키면 국물을 한 대접 가져다주는군요.
꼬리찜(40,000원)이 나왔는데 잠시 멍한 기분이 듭니다.
4만 원짜리인데 꼬리 네 토막이 성의 없게 접시에 올라가 있습니다.
국내산도 아닌 호주산인데도 이 정도밖에 안 주는 걸 보니 꼬리 값이 꽤나 비싼가 봅니다.
아무리 비싸도 플레이팅이라도 좀 잘해 놓아야지 이건 영 아니지요 ~~~~ ㅠㅠ
이건 5개월 전쯤 평택 가마골이라는 식당에서 먹었던 도꼬족이라는 45,000원짜리 음식입니다.
도가니, 꼬리, 우족으로 만든 요리인데 비슷한 가격에 너무 차이가 나지 않나요?
아무리 서울이고 평택이라도 이 정도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80년 정도 이름난 집으로 영업을 했으니 자가 건물이라 임대료 부담도 없을 텐데 너무 하네요.
유명하다는 집들을 가 보면 대부분 맛은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서비스가 나쁜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가격 인상 요인이 조금만 생기면 서슴지 않고 가격을 인상해 버리고요.
오래된 전통의 명가들은 스스로 공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정성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너무나 상업적으로 흐르고 이윤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이런 것도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괜히 울컥해서 한 마디 읊죠렸네요.
평택 가마골 포스팅 보기 : blog.daum.net/leehungkyu/2729
영춘옥의 곰탕입니다.
맛도 괜찮고 내용물도 꼬리찜과는 다르게 나름 푸짐한 편입니다.
흠이라면 탕이라는 건 일단 펄펄 끓여 내와야 하는데 너무 미지근한 느낌이 듭니다.
국물을 계속 끓이는 게 아니고 통에 끓여 놓은 국물을 그냥 떠 주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이 집도 주방, 홀 할 것 없이 일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중국 동포 분들로 보이던데
노병이 특별히 이런 분들에게 다른 뜻으로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오래된 노포 명가로는 많이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잘 먹었습니다.
음식은 잘하는 명가가 맞는데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좋겠다 싶은 영춘옥이었습니다.
영 춘 옥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131-1 ( 돈화문로 5가길 13 )
0 2 - 7 6 5 - 4 2 3 7
(월, 화 2일간 인터넷이 어려운 곳을 가서 방문을 못 드릴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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