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침
교회에서 9시 예배를 드리고 아내와 둘이 아점을 먹기로 합니다.
보통 때는 주원이네와 함께 와서 같이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날은 주원이네가 일이 있어 같이 못와서 그냥 둘이 식사를 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찾은 곳은 교회 인근 양재동에 있는 안동국시 명가인 소호정 본관(신관)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하던 칼국수 집이라던데 그래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죠.
소호정은 분점이 여러 군데 있어 분점은 가 보았었지만 본점은 처음입니다.
위치는 양재동 쌍둥이빌딩으로 불리는 삼호물산 있는 곳에서 능인선원 방면 구룡사 교차로 전에 있습니다.
네비에 소호정 본점을 찍고 가는데 소호정이라고 쓰인 큰 건물이 보여 차를 돌려 들어갑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본점이 아니고 신관이던데 본관 하고는 한 2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본점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모양이던데 무릎 아픈 노병에게는 오히려 신관이 더 낫겠더군요.
오픈 시간 전에 가서 대기실에서 잠깐 기다렸는데 대기실이 꽤 큽니다.
5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고 일요일이다 보니 예약이 무척 많더군요.
첫 손님으로 일찍 가서 예약 없이 3층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소호정(笑豪亭)은 '호걸들의 웃음이 흐르는 집'이라는 뜻이라던데 한자로는 조금 특이한 상호로군요.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이 많이 드나들어 상호를 그렇게 지었을까요?
소호정의 영업시간은 매일 11 : 00 ~ 21 : 30이고 15 : 00 ~ 17 : 00은 브레이크 타임입니다.
신관 건물 전체가 소호정인데 홀과 별실로 되어 있습니다.
가정의 달 특히 이 날은 어버이날이라 그런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부모님 모시고 온 가족 모임이 꽤 많더군요.
어버이날이라도 아버지들은 별로 설 자리가 없어요 ㅎㅎㅎ
소고기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국수 한 그릇에 14,000원이니 가격대는 상당합니다.
국수나 한 그릇씩 먹자고 했는데 전이 먹고 싶다는 집사람 말을 듣고 소호정식으로 주문을 합니다.
소호정식(1인 27,000원)은 전, 메밀묵, 국시,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시를 국밥으로 바꿔도 됩니다.
밑반찬은 깻잎절임, 부추무침, 김치가 나오는데 칼국수집 겉절이 김치가 아니고 숙성김치입니다.
이 집은 정말로 특이하게도 깻잎절임으로 국수를 싸서 먹는 집입니다.
때로는 국수에 부추무침을 넣어 먹기도 하고요.
소호정의 메밀묵입니다.
부드럽고 살짝은 푸석한 메밀묵으로 양념에 김치가 들어 있는데 상당히 잘 만드는 묵이로군요.
요즘 관광지 가면 많이 보이는 묵이지만 맛있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이 집은 좋습니다.
전도 나왔습니다.
생선(동태)과 국내산 허파로 만들어 온 전인데 정말로 잘 부쳐 왔더군요.
격이 다르다,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훌륭한 퀄리티의 전입니다.
이 집은 흠이라면 가격에 비해 양이 적게 나온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고 싶은 맛집입니다.
이 집에 있는 여섯 개 메뉴 중 수육과 문어는 안 먹어 봤지만 안 봐도 비디오네요 ㅎㅎㅎ
소호정의 국밥입니다.
소고기와 무, 숙주나물, 대파가 들어가 있는데 국물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칼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던데 역시 좋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먹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열치열도 괜찮겠습니다.
소호정의 칼국수입니다.
전형적인 안동식 칼국수로 소고기 양지로 우려낸 육수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후 직접 썰어 낸 면으로 만들어 오는 고급스러운 칼국수입니다.
어떻게 보면 잘 끓인 설렁탕에 국수를 말아 오는 느낌도 드는데 노병은 *고진교도라 그런지
바지락 칼국수 같은 해물 칼국수보다는 이 국수를 더 좋아합니다.
고명으로 고기도 적지아니 올라 가 있고 송송 썬 파도 올라가 있어 더욱 탕(湯)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집에서는 위에 소개한 깻잎절임에 면을 싸서 먹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노병은 한 두 젓가락만 깻잎 하고 먹고 보통은 그냥 먹는 걸 좋아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 고진교 : 고기는 진리다라는 고기 찬양 종교. 교인은 노병 이외에는 잘 모름 ㅎㅎㅎ
안동국시 맛집 양재동 소호정 본점(신관)
가격대는 있지만 맛있는 안동국수를 먹을 수 있는 집입니다.
미구에 주원이네 식구들하고 다시 한번 들려 보기로 아내와 약속을 합니다.
서울에서 제대로 만드는 안동국수를 드시려면 한번 들려 보실 만한 좋은 집으로 추천드립니다.
소 호 정 본 점 ( 신 관 )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288 ( 논현로 13길 1 )
0 2 - 5 7 5 - 0 2 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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