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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맛집

첫 만남이 추억으로 남은 집 / 방산시장 삼우일식

 

 

 

한 달 전쯤

블친님 블로그를 보고 찾아갔던 방산시장 삼우일식

일행 모두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다시 가 보려고 했었는데 폐업 소식이 ㅠㅠ

먹고 나오며 너무 좋아 또 오겠다고 했더니 사장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만 둘지도

모르니 오시려면 꼭 전화해 보고 오시라고 하더니 불과 20일 만인 4월 19일에 문을 닫았네요.

노병이 블로그를 하며 포스팅한 후에 폐업한 가게들은 많이 있었지만 포스팅도 하기 전에

폐업을 한 집은 이 집이 처음이라 억울하고 아쉽고 안타까워 ㅎㅎㅎ 포스팅을 합니다.

노병 최초이자 마지막인 폐업집 포스팅, 방산시장 삼우일식입니다.

 

 

 

 

 

문 닫은 집이니 위치 설명을 안 해도 되니 편하네요 ㅎㅎㅎ

방산시장 안에 있던 삼우일식, 문 연지 50년이 넘은 노포입니다.

이 집 사장님 20살에 개업했다고 해도 70이 넘었을 테니 실제로는 훨씬 더 연로하시지요.

 

 

 

창경원 벚꽃 구경하고 오후 한시쯤 갔더니 잠시 대기했다 자리가 나서 들어갑니다.

노병 또래의 늙수그레한 노년층이 절반 정도, 나머지는 젊은 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테이블 위에는 소주병이 빠짐없이 보입니다.

이곳이 낮술의 메카, 반주의 천국이라는 삼우일식입니다.

이런 집을 어쩌다 이제야 만났던 건지 ~~~~ ㅎㅎㅎㅎ

 

 

 

점심 식사 가격으로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내장탕 두 그릇에 우럭탕 대신에 내 주신 농어탕 두 그릇으로 주문합니다.

매일 수산 시장에 가서 가장 크고 좋은 자연산 생선들을 가져다 음식을 만들어 다른 집들에 비해 원가가

너무 많이 들어 이익이 거의 안 나도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는 자부심으로 영업을 하셨다더군요.

그러니 주, 야로 이 집을 찾는 단골 맛객들이 많아 그간 영업을 계속했지만 이제는 점차 나이가 들어

건강이 버텨주지 못해 부득불 가게 영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삼우 일식의 기본찬

 

 

기본으로 나오는 생선무조림

생선은 그날그날 생선 수급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소주 두 병에 맥주 한 병을 주문했더니 기본 회라고 숙성이 잘된 광어회가 나오네요.

다른 테이블 하고 회가 조금 달랐는데 나중에 보니 인원수와 주류 주문에 따라 조금 다른가 보더군요.

 

 

 

 

 

기본 서비스 광어회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술 한 병을 추가로 주문을 했더니 회를 더 가져다주시네요.

조금 전에 먹었던 회가 아니고 이번에는 썩어도 준치라는 준치회랍니다.

어려서는 탕이나 조림으로 많이 먹었었는데 가시가 강해 목에 걸리면 죽는다고 어른들이 겁을 주셨지요.

가시 때문에 회로 내주는 집이 거의 없는데 이 집에서 오래간만에 준치회를 먹습니다.

회 위에 그냥 초고추장을 뿌려 회무침으로 먹었는데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농어 매운탕입니다.

1인 1 그릇씩 주는데 뚝배기도 다른 집 뚝배기보다 훨씬 큰데 내용물이 어마어마합니다.

끓이며 국물이 넘쳐서 보이는 건 깔끔해 보이지 않지만 맛은 환상입니다.

인기 있는 집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문 닫은 걸 빼고는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네요.

 

 

 

 

 

 

이번에는 이 집에서 제일 인기가 좋다는 내장탕입니다.

물론 생선 내장탕인데 내장이 얼마나 실하게 많이 들었는지 이런 내장탕은 처음 봅니다.

국물보다 내용물이 더 많게 느껴지는 생선 내장탕은 인기가 없었을 수가 없었겠네요.

비 오는 날 낮에 이 집 오면 참 좋았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나오며 점심시간 정리를 하는 두 분의 모습을 봅니다.

뭔가 마음이 찡 했는데 이게 이 분들을 마지막 보는 게 되어 버렸군요.

만나자 이별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맛집 블로그를 하면서는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네요.

 

방산시장 삼우일식

이런 훌륭한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물림이라도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어려우셨던 모양이지요?

방산시장의 산 역사이기도 하고 수많은 팬들을 가진 정말로 마음에 드는 집이었는데 아쉽네요.

이런 멋진 집이 노병 주변에 다시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포스팅 했던 

방산시장 삼우일식 이야기를 마칩니다 ^^